AI

AI Agent가 많아질수록 더 똑똑해질까?

지금까지 세 편에 걸쳐 수주 AI가 하는 일을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RFP를 읽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찾습니다.

과거 제안서와 수행실적에서 필요한 경험을 찾아냅니다.

찾은 자료를 현재 사업과 연결해 새로운 제안에 활용합니다.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각각 잘하는 AI를 여러 개 만들면 더 좋은 제안이 나오지 않을까?”


RFP를 분석하는 AI.

고객을 조사하는 AI.

경쟁사를 분석하는 AI.

과거 실적을 찾는 AI.

전략을 만드는 AI.

제안서를 작성하는 AI.

마지막으로 검토하는 AI.


각자 하나의 업무에 집중하게 하고 모두 연결하면, 꽤 훌륭한 제안팀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어 일하는 AI를 흔히 AI Agent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시작됩니다.

AI가 많아진다고 반드시 더 똑똑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안팀도 사람이 많다고 좋은 팀이 되지는 않습니다


10명의 전문가를 한 회의실에 모았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한 명은 고객을 분석합니다.

한 명은 기술을 검토합니다.

한 명은 경쟁사를 조사합니다.

한 명은 제안서를 작성합니다.


각자의 실력은 뛰어납니다.

그런데 역할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먼저 일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앞 사람이 만든 결과를 누구에게 전달해야 하는지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도 없습니다.


각자 열심히 일했는데,

고객 분석에서는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전략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고,

제안서에서는 최신 기술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습니다.


각각의 결과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의 제안으로 보면 방향이 제각각입니다.


AI Agent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것은 몇 명이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순서로, 어떤 정보를 주고받으며, 어떤 목표를 향해 일하느냐입니다.



그래서 AI에게도 ‘업무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실제 제안 업무를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동시에 시작되지 않습니다.


먼저 RFP를 분석합니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합니다.

그 결과를 가지고 시장과 경쟁사를 조사합니다.

우리 회사가 가진 실적과 기술을 찾습니다.

이 정보들을 모아 수주 전략을 만듭니다.

전략이 정해지면 제안서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음의 요구사항과 비교하며 빠진 것이 없는지 검토합니다.

앞 단계의 결과가 다음 단계의 입력이 됩니다.


AI도 똑같습니다.

RFP 분석 → 조사 → 근거 탐색 → 전략 → 작성 → 검토

각각의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이 연결이 없다면 하나의 수주 과정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AI Agent를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AI Agent들이 일하는 방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일을 시킬 것인가


여기서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하는 일은 익숙합니다.

제안 PM과 비슷합니다.


PM은 제안서의 모든 페이지를 직접 작성하지 않습니다.

대신 전체 사업을 바라봅니다.

지금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 판단하고,

적절한 담당자에게 일을 나누고,

결과를 받아 다음 단계로 넘기고,

문제가 생기면 다시 앞 단계로 돌려보냅니다.

AI 시스템에서도 비슷한 역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RFP 분석 AI가 150개의 요구사항을 찾아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결과는 그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관련 수행실적을 찾는 AI에게 전달됩니다.

수행실적이 충분하면 전략을 만드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근거가 부족하다면 추가 조사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전략이 만들어지면 작성 AI가 이를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합니다.

검토 AI가 요구사항 하나가 빠졌다고 판단하면 다시 작성 단계로 돌려보냅니다.


각 AI가 독립적으로 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결과가 다음 AI의 판단을 움직이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더 많은 AI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 기준’입니다


여기서 흔히 생기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Agent를 세분화할수록 더 전문적인 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고객 분석 Agent.

시장 분석 Agent.

경쟁사 분석 Agent.

기술 분석 Agent.

가격 분석 Agent.

전략 Agent.

작성 Agent.

검토 Agent.

필요하다면 계속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할을 지나치게 잘게 나누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앞선 AI가 잘못 판단하면 그 결과가 다음 단계로 전달됩니다.

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맥락이 빠질 수도 있습니다.

서로 비슷한 일을 하는 AI가 다른 결론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Agent가 늘어날수록 전체 과정에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추적하는 일도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중요한 질문은 “Agent를 몇 개 만들 것인가?” 가 아닙니다.

“어디에서 역할을 나누는 것이 실제 수주 업무에 도움이 되는가?” 입니다.



수주 업무에는 특히 ‘다시 돌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제안 업무는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전략을 만들다가 근거가 부족하면 다시 자료를 찾습니다.

제안서를 작성하다가 새로운 요구사항을 발견하면 RFP를 다시 확인합니다.

검토 과정에서 논리가 약하다고 판단되면 전략 단계로 돌아갑니다.


사람이 제안서를 만들 때도

작성 → 검토 → 수정 → 다시 검토

를 반복합니다.

AI Agent 역시 한 번씩 일하고 끝나는 구조보다 이런 피드백 과정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검토 AI가 이렇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주장에는 이를 증명할 수행실적이 부족합니다.”

그러면 작성된 문장을 억지로 유지하는 대신 다시 근거를 찾습니다.

적절한 근거가 없다면 표현을 수정합니다.

평가기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면 전략을 다시 검토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AI의 역할은 단순한 자동화에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일을 대신하는 AI’에서 ‘업무 과정을 함께 수행하는 AI’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판단을 AI에게 맡길 필요도 없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수주 과정에는 AI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있는 반면,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 더 적절한 순간도 있습니다.

수백 개의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일.

과거 문서에서 관련 실적을 찾는 일.

누락된 항목을 검사하는 일.

이런 작업은 AI가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이번 사업에서 어떤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경쟁사와 어떤 방향으로 차별화할 것인지.

어떤 메시지를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할 것인지.

이런 결정에는 회사의 상황과 경험, 그리고 책임이 함께 들어갑니다.


그래서 좋은 AI Agent 시스템은 사람을 과정에서 빼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순간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AI가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선택지를 만들고, 검증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는 사람이 판단합니다.



결국 우리가 만드는 것은 ‘AI 팀’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입니다


AI Agent라는 말을 들으면 여러 AI가 서로 대화하면서 알아서 일을 끝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 더 중요한 것은 화려한 자율성이 아닐 수 있습니다.

누가 무엇을 담당하는지.

어떤 정보를 받아야 일을 시작하는지.

결과를 누구에게 넘기는지.

어떤 조건에서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지.

이 기준이 먼저 만들어져야 합니다.


사실 이것은 AI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좋은 제안팀을 만드는 방법과 꽤 닮아 있습니다.

뛰어난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보다,

각자의 전문성이 하나의 목표를 향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Agent의 숫자가 수주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각 Agent의 전문성을 하나의 수주 프로세스로 연결하는 방식.

저희는 그곳에서 AI Agent의 진짜 가치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회차 예고


5화. AI가 틀렸다는 것을 AI가 알아낼 수 있을까?

RFP를 읽고, 근거를 찾고, 전략을 만들고, 제안서까지 작성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문제가 남았습니다.

“이 결과를 믿어도 되는가?”

요구사항 하나가 빠졌다면?

과거 실적을 잘못 연결했다면?

그럴듯하지만 근거 없는 내용을 작성했다면?

다음 회차에서는 AI가 만든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검증과 Human-in-the-loop, 그리고 수주 업무에서 ‘신뢰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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