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I는 우리 회사의 과거 제안서를 어떻게 기억할까?

지난 2화에서는 AI가 RFP를 어떻게 읽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수백 페이지에 흩어진 요구사항을 찾고, 평가기준과 연결하고, 우리가 실제로 답해야 하는 문제로 바꾸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면 곧바로 다음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걸 잘할 수 있나요?”


그리고 제안팀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시작됩니다.

공유폴더를 엽니다. 폴더를 하나씩 뒤집니다.

누군가는 작년에 비슷한 사업을 했던 것 같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그 사업 담당자가 퇴사했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분명 좋은 자료가 있었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자료는 있습니다.

그런데 찾을 수가 없습니다.



회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사업을 해온 회사라면 10년 동안 같은 문제를 처음부터 풀어온 것은 아닙니다.

과거 제안서가 있습니다.

수행실적이 있습니다.

기술소개서가 있습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조사했던 자료도 있고,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만든 산출물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런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어떤 고객에게 어떤 문제를 제안했는지.

어떤 기술을 적용했는지.

어떤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는지.

어떤 사업을 실제로 수행했는지.

어떤 논리로 우리의 경쟁력을 설명했는지.


즉 회사 안에는 이미 상당한 양의 **‘수주 지식’**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지식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파일을 보관하는 것과 기억하는 것은 다릅니다


문서가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고 해서 조직이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번 RFP에 이런 요구사항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유사 사업의 대규모 시스템 구축 및 운영 경험을 제시하시오.”


제안팀에게 필요한 것은 수행실적이라는 이름의 폴더가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수행했던 수많은 사업 중에서,

이번 사업과 비슷하고,

대규모 시스템 구축 경험이 있으며,

실제로 제안서의 근거로 사용할 만한 사례를 찾아야 합니다.


사람은 보통 기억에 의존합니다.

“작년에 비슷한 거 하지 않았나요?”

“OO사업 자료 한번 찾아보세요.”

“그때 제안서 만든 사람한테 물어보죠.”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있는 팀에서는 빠릅니다.


반대로 그 사람이 없다면 처음부터 다시 찾습니다.

결국 회사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도,

그 경험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AI는 어떻게 기억할까요?


여기서 AI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생깁니다.

AI가 회사의 제안서 수백 개를 사람처럼 전부 외우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필요한 순간에 관련된 기억을 찾아오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사업에서

“대규모 트래픽 처리 경험”

이 필요하다고 해보겠습니다.


AI는 회사가 보유한 과거 제안서와 수행실적, 기술자료를 탐색합니다.

그리고 관련성이 높은 자료를 찾아냅니다.

어떤 사업에서,

어떤 규모의 시스템을 구축했고,

어떤 기술을 적용했으며,

그 내용이 어느 문서에 기록되어 있는지 가져옵니다.


그다음 현재 RFP의 요구사항과 연결합니다.

고객의 요구 → 관련 수행경험 탐색 → 근거 확인 → 현재 제안에 활용


이렇게 되면 AI가 기억하는 것은 문서 자체가 아닙니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경험을 찾아내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슷한 문서’를 찾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한 단계가 더 필요합니다.

검색창에 클라우드를 입력해서 클라우드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서를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서비스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확장 구조” 를 요구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과거 제안서에는 정확히 같은 표현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대신

“Auto Scaling 기반 자원 확장”

“트래픽 증가에 따른 탄력적 인프라 구성”

“수평 확장이 가능한 서비스 구조”

같은 표현으로 경험이 기록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용한 단어는 다릅니다.

하지만 이야기하는 문제는 비슷합니다.


그래서 AI 기반 검색에서는 단순히 같은 단어를 찾는 것을 넘어,

질문의 의미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의 AI 지식검색 시스템도 문서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검색 가능한 형태로 만든 뒤,

질문과 관련성이 높은 내용을 찾아 모델의 답변에 활용하는 구조를 사용합니다.


이런 방식을 흔히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라고 부릅니다.


어려운 이름이지만 수주 업무의 관점에서는 단순합니다.

AI에게 모든 것을 외우게 하는 대신, 답하기 전에 회사 자료부터 찾아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과거 제안서는 ‘보관 자료’에서 ‘수주 자산’이 됩니다


여기서 가장 큰 변화가 생깁니다.

지금까지 과거 제안서는 보통 사업이 끝나면 폴더에 들어갔습니다.

필요하면 사람이 다시 찾아봤습니다.

찾지 못하면 사실상 없는 자료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AI가 필요한 내용을 찾아 현재 사업과 연결할 수 있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5년 전 제안서에 있었던 좋은 기술 설명도,

3년 전 수행했던 유사 사업도,

작년에 사용했던 좋은 제안 논리도

새로운 사업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제안서가 더 이상 끝난 사업의 기록만은 아니게 됩니다.

다음 수주를 위한 데이터가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마다 다른 AI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같은 AI 모델을 사용하는 두 회사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한 회사는 건설 사업을 20년 동안 수행했습니다.

다른 회사는 금융 SI 사업을 20년 동안 수행했습니다.

사용하는 AI는 같아도,

AI가 찾아볼 수 있는 경험은 완전히 다릅니다.

한쪽에는 수백 건의 건설 프로젝트와 제안 경험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금융 시스템 구축 경험과 규제 대응 노하우가 쌓여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에서 AI를 활용할 때 중요한 것은 어떤 모델을 쓰느냐만이 아닙니다.

우리 회사가 지난 시간 동안 무엇을 경험했고, 그것을 AI가 얼마나 잘 찾아 쓸 수 있게 만들었느냐.

이 차이가 점점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AI 모델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가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경험은 다른 회사가 그대로 가져갈 수 없습니다.



수주 경험은 쌓이는 것만으로 자산이 되지 않습니다


과거 제안서 1,000개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할 때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고객의 요구와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에서 나온 정보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AI가 찾아온 과거의 경험을 사람이 검토하고 실제 제안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문서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저희는 이것이 수주 AI에서 데이터가 가지는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사업에서 얻은 경험이 다음 사업으로 넘어가고,

다음 사업에서 얻은 경험이 또 그다음 사업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제안서는 한 번 쓰고 끝나는 문서가 아니라,

회사의 수주 경쟁력이 계속 축적되는 기록이 됩니다.

그리고 AI는 그 기록을 다시 꺼내 쓰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회차 예고


4화. AI Agent가 많아질수록 더 똑똑해질까?


RFP를 읽는 AI가 있습니다.

과거 자료에서 근거를 찾는 AI도 있습니다.

시장과 경쟁사를 조사하고, 전략을 만들고, 제안 내용을 작성하는 AI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AI를 많이 연결하기만 하면 좋은 수주 AI가 만들어질까요?

다음 회차에서는 여러 AI가 하나의 제안을 함께 만들 때 필요한 역할 분담과 통제, 그리고 AI Agent를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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