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15년 차보다 5년 차가 이긴 이유

경험은 전문성이 아니다 — 15년 차보다 5년 차가 이기는 이유


한 제안 프로젝트에 두 사람이 함께 투입됐습니다.

한 사람은 이 업계에서만 15년을 일한 베테랑이었습니다. 웬만한 RFP는 눈 감고도 구조를 그릴 수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일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들어와도 예전에 쓰던 목차와 문장을 그대로 가져와 이름만 바꿔 채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어차피 다 비슷비슷하다"는 게 그 사람의 지론이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이 일을 시작한 지 5년 된 사람이었습니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았고, 매번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느라 시간이 배로 걸렸습니다. 지난 프로젝트에서 평가위원 피드백이 안 좋았던 부분은 반드시 다시 뜯어고쳤고, 다른 회사 제안서나 해외 사례를 찾아보는 데도 유독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결과만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15년 차가 익숙한 방식으로 빠르게 완성한 파트보다, 5년 차가 시간을 들여 새로 짠 파트가 평가위원 반응이 더 좋았습니다. "전에 없던 관점이라 신선했다"는 피드백까지 받았습니다.



왜 연차가 실력을 보장하지 않을까요

이 이야기, 조금 불편하게 들리실 수도 있습니다. 연차가 쌓이면 당연히 더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반복해서 확인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실력을 결정하는 건 "얼마나 오래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최근에 다르게 시도했는가"라는 것입니다.


연차가 쌓여도 배움이 멈추면 실력도 멈춥니다. 짧은 연차라도 계속 시도하면 어느 순간 앞서갑니다.


15년 차의 실력이 낮아진 게 아닙니다. 초반 몇 년 동안 빠르게 배우며 실력을 쌓아 올렸고, 그 실력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익숙한 방식이 통하기 시작하면, 새로 배울 이유를 점점 못 느끼게 됩니다. 반면 5년 차는 아직 자기 방식이 없기 때문에, 매번 다시 배우고 다시 시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다시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실력 차이를 만듭니다.


그래서 "경력이 짧아 걱정된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경력이 짧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 경력 동안 무엇을 다르게 시도했는지가 진짜 기준입니다. 반대로 "경력이 많으니 안심된다"는 말도 절반만 맞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게 언제인지가, 연차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입니다.



우리 팀에 바로 적용해볼 것

연차와 무관하게, 팀 전체의 학습 곡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 세 가지를 남겨드립니다.


  1. 새제안을 시작할 때, 예전 제안서를 그대로 재활용하지 말고 최소 한 파트는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본다.
  2. 직전프로젝트에서 받은 부정적 피드백은 다음 제안에서 반드시 다시 다뤄본다.
  3. 연차가낮은 팀원의 '왜 이렇게 하죠?'라는 질문을 관성을 점검하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경험 그 자체는 자산이 아닙니다. 그 경험을 계속 다시 써먹느냐, 아니면 매번 새로 검증하느냐가 자산을 만듭니다.




다음 회차 예고

4화. 제안서의 언어는 기술 설명이 아니라 세일즈다

같은 사실도 어떻게 말하느냐에따라 완전히 다르게 읽힙니다. 엔지니어의 언어와 평가자의 언어, 그 차이를 다음 회차에서 다룹니다.


필립은 연차와 무관하게 팀 전체의 제안 역량을 끌어올리는 학습 구조를 여러 조직에 설계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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