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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시장을 한 번 떠났습니다

지금 이 시장은 죽어 있습니다


조금 센 제목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을 책임지고 씁니다.

제안 컨설팅 시장 안에서 15년을 보냈고, 한때 이 업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으로서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회사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 시장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저는 무엇을 하려는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저는 이 시장을 한 번 떠났습니다

저는 쉬플리코리아의 초기 멤버였습니다. 영업 대표이자 컨설턴트로 일했고,

나중에는 BD(비즈니스 개발) 본부장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회의를 느끼고 이 산업을 떠났습니다.


이유는 컨설팅 회사 안에서 매번 반복되던 풍경 때문이었습니다.

프로젝트 하나가 끝날 때마다 컨설턴트들이 그만뒀습니다.

밤샘, 끝없는 스트레스, 기업마다 다른 문화와 갈등. 사람이 버티질 못했습니다.

그러면 다음 프로젝트에서 또 사람이 부족해집니다. 전문가가 육성되지 못하고 계속 빠져나가니,

고객에게 돌아가는 답은 늘 똑같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일정이 안 됩니다. 인력이 없습니다.”



이 말을 반복하는 시장에 저는 지쳐 있었습니다.


문제의 뿌리는 ‘구조’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저는 두 가지 구조적 문제라고 봅니다.


첫째, 고정비 구조입니다.

컨설팅 회사는 인력 육성과 관리가 어렵다 보니, 소수 정예의 정규 인력으로 운영합니다. 인력이 한정되어 있으니 고객이 정작 필요할 때 컨설팅을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소수의 인건비를 감당하려면 건당 비용을 높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은 제안서 한 건에 많게는 2억을 내고 300페이지 컨설팅과 디자인을 받습니다.


둘째, 리더십의 실종입니다.

한때 이 시장에는 분명한 리더가 있었습니다. 쉬플리코리아입니다.

그들이 리더일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영업입니다.


매일 전화기를 들고 새로운 고객에게 콜드콜을 했습니다. 매번 다른 고객의 니즈를 만나고,

그것을 풀기 위해 내부에서 깨지고 싸우며 역량을 끌어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은 새로운 가치를 얻고,

우리는 한 단계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10년 넘게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쉬플리코리아가 인수되며 그 정체성이 흐려졌고,

핵심 인력들이 각자 회사를 차리며 흩어졌습니다. 리더가 사라진 것입니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지금 국내에서 제안 컨설팅을 하는 회사는 10개가 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전문 컨설턴트는 20명 이하, 최상급이라 부를 만한 사람은 5명 미만입니다.


이들은 서로의 고객을 나눠 먹으며 시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지 않습니다.

이미 알던 방산·IT·통신·금융 기업들을 돌려가며, 4~5명 규모로 연 5억에서 10억을 벌고,

서로 억대 연봉에 만족하며 지냅니다.


그 사이 고객에게는 대안이 늘었습니다. 업체가 여럿이니 가격을 깎기 시작했고,

업체들은 먹고살기 위해 출혈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미 3~4년째 벌어지는 일입니다.


가격이 깎이면 품질이 좋아질 수 없습니다.

얼마 전 한 고객이 제게 직접 말했습니다. 와이어프레임을 만들어주기로 했는데 끝내 받지 못한 채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실망했고, 다시는 찾지 않겠다고. 수주를 위해 한 팀이 되기보다, 계약서에 적힌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는 태도. 그 온도차에 신뢰가 깨진 것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갑니다

여기서 고객은 두 부류입니다.

한쪽은 이미 매년 컨설팅을 받는 방산·IT·통신 대기업입니다. 이들은 위에서 말한 품질 저하를 직접 겪습니다.

다른 한쪽은 제안 컨설팅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기업들입니다. 경쟁입찰이 늘고 기술제안서가 중요해진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여기 해당합니다. 인력도 없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기존 업체들이 아는 고객만 나눠 먹으며 자급자족하기 때문입니다.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제안 컨설팅 회사의 매출이 보통 연 10억 내외, 회사가 10개 남짓이니 이 시장은 약 100억입니다.


하지만 컨설팅이 필요한 기업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저는 이 시장이 1,000억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러려면 이 시장을 혁신할 회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돌아왔습니다

제가 떠날 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AI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떠날 때 저를 지치게 했던 그 문제들 — 반복되는 밤샘, 비효율, 무한 수정을 이제 기술로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개월을 고민한 끝에 회사를 세웠습니다. 이름은 수주에이아이입니다.


저는 이 시장의 개척자에게 일을 배웠습니다. 쉬플리코리아 창립자 김용기 대표님, 저의 스승입니다.

1998년, 제안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던 시절에 해외의 검증된 방법론을 들여와 이 시장의 1차 혁신을 일으킨 분입니다.

그 혁신이 아날로그의 혁신이었다면, 이제는 AI 기반의 2차 혁신을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제가 하려 합니다.



세 가지를 약속합니다


하나. 필요할 때 즉시 달려갑니다.

“일정이 안 됩니다, 인력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고객이 부를 때 가지 못하는 컨설팅은 컨설팅이 아닙니다.


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춥니다.

가격이 비쌌던 진짜 이유는 고정비였습니다. 저희는 분야별 전문 프리랜서 풀을 5년 안에 300명, 편집 디자인 전문가 100명 규모로 구축합니다. 여기에 자체 개발 AI 에이전트가 산출물의 80%를 만들고, 사람이 나머지 20% — 판단, 디렉팅, 리뷰, 최종 완성 — 을 맡습니다. 이 구조로 비용을 시장 표준의 최대 절반까지 낮추면서, 품질은 오히려 높입니다.


셋. 도구가 아니라 플랫폼으로 갑니다.

개인이 AI로 빨라진다고 조직 전체가 빨라지지는 않습니다. 제안서는 RFP 분석부터 전략·목차·스토리보드·작성·디자인까지 열 단계가 넘는 복잡한 과정이고, 많게는 50명이 협업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순한 AI 도구가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일하는 플랫폼을 만듭니다. 보안이 중요한 방산 기업에는 폐쇄망 구축형으로 제공합니다. 저희는 SI 구축 회사입니다.



저는 대표지만, 매일 콜드콜을 합니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전화기를 드는 것입니다. 모르는 기업의 안내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실무자를, 때로는 대표를 연결해달라고 합니다.

수주에이아이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정확히는,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가치를 설명하고 상담 미팅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리더십은 말이 아니라 영업에서 나온다는 것을, 저는 배웠습니다. 그래서 매일 합니다.



대한민국 제안 컨설팅 2.0을 시작합니다

수주에이아이가 이 시장의 새로운 리더가 되겠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전문가를 육성해서 이 시장을 넓히겠습니다. 죽어 있던 시장을 다시 살리겠습니다. 이건 각오가 아니라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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